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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스트 스토리'는

    영화 "고스트 스토리"는 그 어떤 공포도, 극적인 전개도 없습니다. 대신 그것은 아주 조용하고 천천히, 한 유령이 사랑했던 공간을 떠나지 못하고 머무는 시간을 따라갑니다. 이 영화는 데이비드 로워리가 연출한 2017년 작품으로,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기보다 깊은 사유로 이끄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흔히 ‘유령 이야기’라고 하면 무섭거나 비극적인 전개를 떠올리기 쉽지만, "고스트 스토리"는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시간의 흐름과 존재의 의미를 질문하게 만듭니다.

     

    내용

    정지된 공간 속 흐르는 감정

    영화는 한 커플, ‘C’(케이시 애플렉)와 ‘M’(루니 마라)의 조용한 삶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곧, 남편 C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그는 병원에서 하얀 천을 두른 채 유령으로 깨어납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살던 집에 머무르며 M을 바라봅니다. 이 장면부터 영화는 유령의 시점을 따라갑니다. 말도 없고, 움직임도 거의 없는 유령. 그러나 관객은 그의 정서와 감정을 은근히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M이 슬픔을 견디며 파이 한 조각을 말없이 먹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서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5분 이상 정적인 화면이 이어지지만, 관객은 오히려 숨 막히는 감정의 밀도를 느끼게 됩니다. 시간은 흐르지만 유령은 그 자리에 머뭅니다. 이 ‘정지된 존재’의 시선에서 우리는 인간의 덧없는 시간을 오히려 더 선명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떠날 수 없는 존재의 비애

    영화 속 유령은 살아 있는 이들을 해치거나 괴롭히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거기’에 있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집을 떠나지 못하고 머무는 이 존재는, 결국 미련과 기억의 은유입니다. 특히 그가 살아생전 숨겨두었던 쪽지를 찾지 못하고 끝내 떠나지 못하는 장면은 강렬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영화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방식에서도 특이합니다. 보통은 유령이 사라지거나 천국으로 간다는 종교적 상상에 기대지만, "고스트 스토리"는 그런 클리셰를 철저히 배제합니다. 이 유령은 시간이 지나 수많은 가족이 이사를 오가고, 심지어 그 집이 철거된 이후에도 자리를 지킵니다. 인간의 기억과 감정은 그렇게 공간에 스며들고, 유령은 그것의 상징으로 남습니다.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의 잔재’를 바라보는 유령의 모습은, 관객에게 "진짜로 우리가 남기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잊힘 속에서의 존재

    "고스트 스토리"의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결국 ‘잊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잊히고, 우리가 살던 집, 나누었던 대화, 사랑했던 기억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흔적조차 남지 않습니다. 유령은 그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는 존재이며, 바로 그 시선이 관객을 슬프게 만듭니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는 이름 모를 남자가 파티에서 "우리는 우주에 기억되기 위해 예술을 만들지만, 결국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이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이자, 현대인의 불안과 무력감을 대변합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유령은 긴 시간을 견디며 결국 또 다른 시간의 루프로 들어갑니다. 마치 우리 모두가 시간을 돌고 도는 존재처럼 말입니다.

    이렇듯 "고스트 스토리"는 ‘잊힘’과 ‘남겨짐’이라는 두 개의 감정을 끊임없이 교차시키며,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덧없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말없이 바라보는 유령은 결국 관객 자신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고스트 스토리'가 남기는 메시지

    "고스트 스토리"는 일반적인 관람의 재미를 기대하고 본다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천천히, 깊이 있게 이 영화를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단순한 유령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는 왜 기억되길 원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남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관객 각자의 삶과 연결되어 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고요한 음악, 긴 롱테이크, 대사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이 영화는 결국 관객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만약 지금 삶과 시간, 그리고 인간관계 속에서 의미를 고민하고 있다면, "고스트 스토리"는 말없는 위로와 깊은 성찰을 건넬 수 있는 영화입니다. 모든 것이 지나가고 사라지더라도,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은 잠시라도 그곳에 머물 수 있다는 것—그것이 이 영화가 전하는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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