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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털 엔진'은
거대한 기계 도시가 지구를 배회하며 다른 도시를 집어삼키는 세계. 피터 잭슨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 "모털 엔진(Mortal Engines)"은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화려한 비주얼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SF 블록버스터를 넘어서, 문명과 탐욕, 저항과 연대라는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관객의 시선에서 "모털 엔진"의 줄거리와 주요 테마, 그리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내용
이동 도시 런던의 탐욕
"모털 엔진"의 세계는 60분 전쟁 이후 황폐해진 지구에서 시작됩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도시 자체를 거대한 기계로 개조해 움직이게 만들었고, 이른바 '도시 포식주의(Municipal Darwinism)'라는 개념 하에 대도시가 작은 도시를 사냥해 자원을 빼앗는 체제가 탄생했습니다. 이 시스템의 대표주자는 바로 런던. 철로 된 바퀴로 대지를 질주하는 이 거대 도시는 더 작은 이동 도시를 집어삼키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과거 런던에 의해 삶이 파괴된 한 소녀, 헤스터 쇼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녀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얼굴에 큰 상처를 남긴 채 복수심을 품고 성장합니다. 그녀의 표적은 런던의 수장 격 인물인 새드리어스 밸런타인. 복수심에 불타는 헤스터와 우연히 런던에서 추방당한 청년 톰 내츠워디는 뜻밖의 동행을 시작하게 되고, 이를 통해 런던의 숨겨진 야망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도시가 도시를 먹는다'는 발상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숨은 메시지는 더 깊습니다. 영화는 도시의 탐욕과 이를 정당화하는 이념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공동체를 파괴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며, 현대 사회에 대한 은유로 읽힐 여지를 제공합니다.
영웅이 아닌 사람들의 연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기존 SF 블록버스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웅상과는 조금 다릅니다. 헤스터는 거칠고 상처 많은 복수자이며, 톰은 지식에 집착하던 아카이브 직원입니다. 이들은 결코 초능력을 지닌 영웅이 아니지만, 점차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진정한 저항의 상징으로 성장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이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변화해 간다는 점입니다. 헤스터는 복수라는 목적을 넘어 더 큰 진실과 공동체의 안녕을 바라보게 되고, 톰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동경에서 벗어나 불의에 맞설 용기를 배우게 됩니다. 둘의 서사는 "개인의 고통이 어떻게 사회적 저항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축이 됩니다.
또한, 혁명군 ‘안티트랙션 연맹’의 존재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이동 도시 체제 자체에 반대하며, 고정된 도시의 가치를 지키려 합니다.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이 이 연맹에 속해 있으며, 특히 냉혹한 전사 안나 팡은 이들을 통합하며 싸움의 중심축이 됩니다. 영화는 이질적인 이들이 어떻게 하나의 공동체로 단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연대의 힘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캐릭터 중심의 전개는 관객에게 정서적 몰입을 유도합니다. 특별한 능력 없이도, 의지와 연대로 거대한 억압에 맞설 수 있다는 메시지는 오늘날의 사회 문제들과도 맞닿아 있어 더욱 공감됩니다.
기술의 진보인가, 문명의 오만인가
"모털 엔진"의 세계관 중심에는 '60분 전쟁'이라는 과거의 핵전쟁이 존재합니다. 단 1시간 만에 문명을 파괴한 이 전쟁은 인간의 오만이 부른 재앙으로 묘사되며, 이 잔해 위에서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줍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고대 무기 ‘메두사’입니다.
런던은 메두사를 되살려 다른 도시를 위협하고, 고정 도시 샨티를 파괴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이는 영화에서 가장 날카롭게 던지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현대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기술은 진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인류 전체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는 영화 속 메시지와 맞물립니다. 인공지능, 핵무기, 환경 파괴 등 인간의 탐욕이 만든 도구들이 오히려 인간을 위협할 수 있음을 영화는 시사합니다.
또한 영화 후반부, 메두사의 힘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간들의 모습은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이 메시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SF의 세계관 너머 현실의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모털 엔진"이 남기는 메시지
"모털 엔진"은 단순한 비주얼 SF 영화로 평가되기에는 아쉬운 작품입니다. 거대한 기계 도시, 종말 이후의 지구, 전투와 반란, 그리고 복수와 화해라는 서사가 어우러져 풍성한 세계관을 구성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메시지는 더욱 날카롭습니다.
도시가 도시를 집어삼키는 약육강식의 세계는 곧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쟁과 생존을 은유합니다. 인간이 만든 무기가 인간을 파괴하고, 기술의 진보가 문명의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는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성찰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상처받은 개인이 연대를 통해 거대한 체제에 맞서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희망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습니다.
관객으로서 이 영화를 바라본다면, 압도적인 스케일과 액션뿐 아니라,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울림에 더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털 엔진"은 단지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우리의 세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