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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긴 변명'은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감성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일본 영화 "아주 긴 변명(2016)"은 상실이라는 큰 주제를 섬세하게 다루면서도, 인간 내면의 허위와 진심에 대해 끈질기게 묻습니다. 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 그리고 고통을 마주하는 방식은 결코 일률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 영화는 조용히 설득합니다. 특히 주인공인 ‘사치오’라는 인물은 남편으로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여러 층위의 정체성을 통해 그 상실을 겪고, 또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진심을 알아가게 됩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묻습니다. “슬픔은 반드시 눈물로만 표현되는가?” 그리고 “진정한 사랑과 연민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 "아주 긴 변명"은 그 질문에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이 스스로의 삶과 감정을 되짚게 만듭니다.

     

    내용

    상실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주인공 사치오는 유명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대중에게는 성공적인 이미지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러나 아내가 버스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전형적인 ‘슬픔에 빠진 남편’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보입니다. 심지어 사고 당시 그는 외도 중이었고, 아내와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틀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사치오의 태도는 관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지만, 영화는 그를 무조건적인 가해자 혹은 냉혈한으로 단정 짓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독은 이 인물을 통해 ‘슬픔은 드러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사치오가 눈물을 흘리지 않고, 겉으로는 무심한 듯 행동하지만, 그는 서서히 일상 속에서 상실의 무게를 체감하게 됩니다. 관객은 그가 슬픔을 뒤늦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표현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그의 내면적 동요와 인간적인 고뇌를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됩니다.

    낯선 사람과의 교감, 진심을 발견하는 과정

    영화의 핵심 전환점은 사치오가 아내와 함께 사고로 사망한 친구의 남편 ‘요이치’와 그의 자녀들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요이치는 트럭 운전사로, 평범한 삶을 사는 인물이며, 아내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아이들을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사치오는 처음엔 단순히 사회적 책무감이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요이치 가족을 돕기 시작하지만, 점차 그들과의 교감을 통해 진정한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사치오가 요이치의 아들 ‘신타로’를 돌보며 보내는 시간은 그에게도 치유의 기회가 됩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돌보고 책임진다는 경험을 통해, 그는 그동안 자신의 삶에서 놓쳐왔던 감정과 역할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보상 심리나 자기 위안이 아닌, 타인의 고통을 비추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직면하는 여정입니다.

    자기 고백의 시작, 진심을 쓰기까지의 아주 긴 여정

    사치오는 작가로서 유명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자신의 진심을 글로 표현하는 데 무척 서툰 사람입니다. 아내의 죽음을 소재로 글을 써보려 하지만, 그 글은 허위로 가득 찬 공허한 문장일 뿐 진정성이 담기지 않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아내와의 관계, 자신의 이기심, 감정적 무감각까지 모두 인정하는 고백을 통해 진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제목 "아주 긴 변명"은 단순한 자기 합리화가 아니라, 오히려 감정을 회피해 온 자신에게 보내는 긴 참회의 편지에 가깝습니다. 사치오가 그 긴 변명의 끝에서 도달하는 진심은 단순한 반성이 아니라, 비로소 인간으로서 누군가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성장’의 형태로 그려집니다. 관객은 그의 고백을 들으며 각자의 ‘아주 긴 변명’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아주 긴 변명'이 남기는 메시지

    "아주 긴 변명"은 상실이라는 감정을 단순한 비극이 아닌, 인간 내면의 변화와 성장의 계기로 그려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야 진심을 깨닫게 되는 주인공 사치오의 여정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게 되는 감정의 복잡함을 대변합니다. 누군가는 눈물로, 누군가는 침묵으로, 누군가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마음속 고백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화려한 장면도, 자극적인 사건도 없습니다. 그러나 조용한 장면 하나하나 속에 배어 있는 진심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관객으로서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상실을 겪는다는 것’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아주 긴 변명"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아주 긴 변명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이 영화는 그 물음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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