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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여러분은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이 영화는 그 질문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되돌려주는 2019년작 로맨스 블랙 코미디입니다. 신양중 감독이 연출하고 김인권, 서태화, 이나라, 장가현, 이서이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부부의 일상과 권태, 유혹과 외도, 그리고 다시 마주하게 되는 감정의 본질에 대해 솔직하고 과감하게 접근합니다.

    단순한 불륜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성찰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의 관계 속 일상에 대한 자조적인 질문을 던지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톤과 뉘앙스로, 이 작품은 권태기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프게, 아직 사랑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지금부터 줄거리와 함께,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과 메시지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내용

    평범한 부부의 비범한 일상 탈선기

    결혼 10년 차 부부 영욱(김인권)과 연경(이나라)은 누구나 공감할 법한 ‘권태기 커플’입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은 애정이라기보다 습관이나 의무에 가까워졌고, 관계도 매월 정해진 날,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집니다. 두 사람은 겉보기엔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내면은 공허함과 단절감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경의 카페에 자유로운 연애를 지향하는 미남 민식(서태화)이 등장하고, 연경은 그에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반면 영욱에게도 기묘한 관계들이 얽히기 시작하는데, 과거 연경의 전 남편의 전 부인인 혜인(장가현)과 알바생 재순(이서이)이 그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며 평범했던 일상이 뒤틀려 갑니다.

    외부 인물들의 과감한 유혹과 상황 속에서 부부는 각자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게 되고, 자신들이 잊고 지냈던 감정들—설렘, 불안, 기대, 그리고 욕망—을 되찾습니다. 영화는 그들의 일탈이 파멸이나 파괴로 치닫기보다, 오히려 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관객에게 “당신의 사랑은 지금도 유효한가요?”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솔직함과 적나라함 속에 감춰진 메시지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감정과 욕망에 대한 솔직한 묘사입니다. 흔히 한국 영화에서 중년의 성적 욕망이나 관계 회복은 은유적으로 다뤄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정면으로 다루며, 부부 관계에서의 물리적 거리감이 감정적 거리로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히 민식이나 혜인, 재순 같은 외부 인물들이 단지 부부를 흔들기 위한 자극적 장치가 아니라, 각자가 지닌 ‘솔직한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연경이 민식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회복하고, 영욱이 혜인과 재순을 통해 억눌린 자아를 직면하게 되는 과정은 비단 관계의 위기만이 아닌, 자아의 위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러한 전개는 단순한 외도 이야기가 아닌,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사랑이란 감정은 시간이 흐르며 변형될 수 있고, 그 변형을 인정하는 것부터 관계의 회복이 시작된다는 점을 영화는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 익숙함이라는 이름의 무관심 속에서도 다시 사랑을 꺼낼 수 있다는 희망은, 어쩌면 이 영화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릅니다.

    관객의 시선에서 본 감정선과 현실감

    관객 입장에서 이 영화는 불편하면서도 묘하게 빠져드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권태기 부부의 모습은 지나치게 현실적이기 때문에 어떤 장면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데자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정해진 날짜에만 관계를 갖는 부부”라는 설정은 우스우면서도 슬프고, 그 속에서 빚어지는 유머와 대사는 곱씹을수록 씁쓸한 맛이 납니다.

    또한, 영화 속 인물들의 솔직한 표현과 거침없는 행동은 관객에게 불쾌감이나 당혹감을 줄 수 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작품은 진정한 힘을 발휘합니다. 관계에 있어서 감정은 늘 아름답고 따뜻한 것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욕망, 이기심, 후회, 회피와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여야 진짜 ‘인간적’인 장면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결말 또한 인상적입니다. 흔한 클리셰처럼 모두가 헤어지고 파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서로를 이해하고 마주보려는 시도에서 멈춥니다. 갈등이 단순히 일탈로 끝나지 않고,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남겨둔 채 이야기를 닫는 방식은 관객에게 여운을 남깁니다.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가 남기는 메시지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중년 부부의 권태와 유혹이라는 흔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서 분명한 개성과 용기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노골적인 장면들 속에서도 결코 외설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 안에 진심 어린 질문과 성찰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시간이 흐르면 익숙함으로, 익숙함은 때로 무관심으로 바뀝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말합니다. 그 익숙함을 다시 들여다보면, ‘처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관객으로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하나의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지금, 그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이 영화를 본 보람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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