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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는
조던 필 감독의 영화 "어스(Us)"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외면해 왔던 ‘또 다른 나’를 직면하게 만드는 사회적 은유이자, 미국 사회의 이면을 은근하면서도 날카롭게 파헤치는 작품입니다. 2017년 ‘겟 아웃(Get Out)’으로 인종 차별의 심리를 신랄하게 고발했던 조던 필은, 이번에는 자신과 사회의 이중성이라는 더 깊은 주제를 "어스"를 통해 전면에 내세웁니다.
이 글에서는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 "어스"의 줄거리 요약과 함께, 그 안에 숨겨진 상징과 메시지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영화 감상 후 느꼈던 불편함과 의문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철학적 질문들을 함께 되짚어보겠습니다.
내용
가족 여행에서 마주친 ‘나’의 공포
영화 "어스"는 젊은 부부 애들레이드(루피타 뇽)와 게이브(윈스턴 듀크), 그리고 두 아이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산타크루즈 해변으로 향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애들레이드는 이곳에서 어릴 적 끔찍한 경험을 한 기억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곧 그 예감은 현실이 됩니다. 밤이 되자 정체불명의 한 가족이 그들의 집 앞에 나타나고, 이내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라는 충격적인 존재와 마주하게 됩니다.
도플갱어들은 기괴한 행동과 의도를 가지고 본체 가족을 공격하고, 도망칠 수 없는 극한의 공포 상황이 이어집니다. 영화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왜 이들이 존재하게 되었는지, 누가 진짜이며 누가 모방된 존재인지 혼란을 주는 미스터리로 관객을 몰아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도플갱어는 누구를 의미하는가?
"어스"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단연 ‘도플갱어’입니다. 그들은 주인공 가족의 거울상이자, 억압받고 배제된 자들의 상징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 도플갱어들은 지하 세계에서 인간의 행동을 따라 하며 살아왔으며, 단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사회가 만들어낸 양극화 구조와 계층 문제, 그리고 그 아래 숨겨진 소외된 자들을 은유합니다.
조던 필 감독은 영화 제목 "Us"가 ‘미국(US)’를 뜻하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즉, 영화는 공포 영화의 탈을 쓴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입니다. 지상에서 누리는 삶의 이면에는 항상 땅속 어둠 속에서 신음하는 이들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 ‘우리와 똑같이 생긴 자’라는 점에서, 그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애들레이드와 그녀의 도플갱어 ‘레드’의 대결로 향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집니다. 어린 시절 지하에서 올라온 도플갱어가 진짜 애들레이드를 대신해 지상에서 살아왔고, 진짜 애들레이드는 지하로 끌려가 그곳에서 살아온 것입니다. 이 반전은 자아의 정체성에 대해 심오한 질문을 던집니다. '진짜 나'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정의되는가?
"어스"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억눌린 욕망, 질투, 분노 등을 도플갱어를 통해 시각화합니다. 우리가 억지로 눌러두거나 무시하려 했던 감정과 상처들은 결국 우리 자신이 되어 돌아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괴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괴물과 직면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괴물은 다름 아닌 '우리(Us)'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어스'가 남기는 메시지
조던 필 감독의 "어스"는 단순한 공포 영화 이상의 것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사회적 불평등, 정체성, 자아 분열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장르적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도플갱어는 단지 스릴을 위한 설정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 온 존재들, 혹은 내면 깊숙한 그림자를 상징합니다.
관객으로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단순히 “무서웠다”는 감상보다는, “나는 누구이며, 내 안의 다른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누군가의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 그리고 언젠가 그 ‘희생된 자’가 우리 앞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이 영화 속에 담겨 있습니다.
"어스"는 우리 모두가 피해 갈 수 없는 거울입니다. 그 안에 비친 것은 괴물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