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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카운턴트'는

    수많은 액션 영화가 존재하지만, "어카운턴트(The Accountant)"는 독특한 서사 구조와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으로 단연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액션물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내면과 발달장애, 정의와 윤리의 경계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깊이 있는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무엇이 옳은가”보다 “무엇이 진실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여정으로 다가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카운턴트"의 줄거리를 중심으로, 그 속에 숨겨진 감정의 결핍과 복잡한 윤리의식, 그리고 세상과의 타협 없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내용

    천재 회계사, 평범하지 않은 이중생활

    영화는 겉보기엔 조용하고 내성적인 회계사 크리스천 울프(벤 애플렉 분)의 일상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작은 회계사무소를 운영하며 탈세, 세무조사 등의 업무를 처리하지만, 이는 겉모습에 불과합니다. 그의 진짜 정체는 국제 범죄 조직의 불법 자금을 추적하고 정리해 주는 고급 용병형 회계사입니다.

    크리스천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지만, 그로 인해 숫자에선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감정을 읽고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그는 인간관계에 서툴고 세상과의 접점이 적습니다. 영화는 그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며, 왜 그가 그렇게 냉철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존재가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이중적인 삶을 사는 주인공은 특정 회계 감사 의뢰를 받으면서 커다란 음모에 휘말리게 됩니다. 한 회사의 자금 흐름에 의문을 품은 크리스천은 내부 고발자 다나(안나 켄드릭 분)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점점 자신도 타깃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정의는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다

    영화의 중심 갈등은 “정의”를 기준으로 발생하지만, 크리스천의 세계에서 정의는 이분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감정보다 논리와 계산으로 움직이는 인물이고, 그래서인지 오히려 상황을 더 정직하게 바라봅니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그는 법적으로는 범죄자지만, 때로는 선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부패한 인물을 제거하면서도 불필요한 희생은 최소화하려 하고,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겐 목숨을 걸고 보답합니다. 이 복잡한 도덕 구조는 단순히 선과 악을 나누는 기존 액션 영화의 문법을 벗어나게 만듭니다.

    관객으로서 이 점이 특히 인상 깊습니다. 크리스천이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지만, 영화는 그를 “치유해야 할 존재”로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서고, 자신의 윤리적 기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결국 우리가 정의라고 믿는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환경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영화는 던지고 있습니다.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질서를 유지하는 삶

    영화 "어카운턴트"의 가장 묵직한 메시지는 “혼자인 삶도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크리스천은 평생 외로움 속에서 살아왔고,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만의 질서와 규칙을 철저히 지키며 살아갑니다.

    그의 일상은 고도로 조직화되어 있습니다. 식사, 운동, 일, 취미까지 매일 반복되는 일정 속에서 그는 스스로를 통제합니다. 이는 외부 세계에 대한 공포이자,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혼자일 때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타인과의 접촉이 많아질수록 혼란을 겪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혼자만의 세계를 결코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크리스천은 다나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자신이 지켜온 세계와 타인과의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고립감이나 비사회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줄 수 있는 지점입니다. 누구나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되지 않아야 하며, 그들의 세계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영화의 숨겨진 메시지입니다.

     

     

     

    '어카운턴트'가 남기는 메시지

    "어카운턴트"는 액션과 미스터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윤리에 대해 조명합니다. 주인공 크리스천은 사회가 정한 기준에선 '이상한 사람'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일관된 기준으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관객 입장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나는 나만의 질서를 가지고 있는가?”, “정의란 무엇인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라는 질문들 말입니다.

    "어카운턴트"는 격렬한 총격전과 날카로운 추리 사이에서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결국 한 사람의 고독한 존재 방식과, 세상과 어떻게 타협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영화는 숫자보다 더 복잡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깊이 들여다본 수작이며, 단순히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조차도 깊은 여운을 안고 극장을 나서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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