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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딸'은
영화 "좀비딸"은 낯설지만 기묘하게 끌리는 코미디 호러 드라마입니다. 표면엔 좀비라는 파격적인 소재가 있지만, 그 안엔 딸을 향한 부성애, 가족의 끈끈함, 그리고 “차이”와 공존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한 관객으로서, “과연 내가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이 영화를 바라봤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전개, 핵심 메시지, 그리고 영화적 선택이 주는 여운을 관객의 시선에서 차근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내용
아빠의 고군분투, 그리고 ‘좀비’가 된 딸과의 공존
영화는 호랑이 조련사인 아빠 정환(조정석)과 중학생 딸 수아(최유리)가 평화롭게 일상을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수아가 좋아하는 보아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모습은 곧 아빠의 행복이고, 이 평화는 금세 깨집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좀비가 된 사람들 사이에서, 수아 역시 감염되어 변해갑니다. 이때부터 정환의 전쟁 같은 고군분투가 시작됩니다. “좀비가 된 딸을 묶고 숨기고 훈련하는 아빠”라는 설정은 관객에게 부성애의 극단을 체감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단순한 호러가 아니라, 육아에 빗대는 유머와 진지함이 공존하는 ‘육아 극한기’ 같은 코미디로 풀어갑니다. “좀비도 부모 입장에선 내 자식”이라는 강한 메시지는, 현대 사회의 양가적인 감정(보호하고자 하지만 버려야 한다는 불가능한 딜레마)을 관객에게 생생히 전해줍니다.
원작의 무게와 영화적 변주, ‘No.1’이 품은 의미
원작 웹툰은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지만, 영화는 ‘희망적 열린 결말’이라는 선택을 합니다. 제작진과 원작자 모두 동의하에 이루어진 이 선택은, 흥행에 강력하게 기여한 “신의 한 수”로 평가됩니다.
중요한 매개체는 바로 보아의 ‘No.1’입니다. 처음엔 부녀의 훈련 목표를 공유하는 즐거운 노래였지만, 수아가 좀비 상태에서도 그 노래에 반응하는 장면은 “아직 소통의 끈은 살아있다”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환이 코마 상태에서 수아의 무대를 듣고 미세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공존 가능성과 인간성의 회복을 담아낸 감동적인 여운입니다.
이 선택은 단순한 해피엔딩 이상의 함의를 갖습니다. “내 아이는 다를 거야”라는 부모의 착각은 사회적 맹목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과 희망으로 마주하려는 태도가 존중받을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현실적 공감과 가족 감성의 집결, 모두 함께 울고 웃는 힘
사실 이 영화의 진짜 힘은 관객이 영화관을 나서며 함께 웃고 울었다는 사실입니다. 조정석 배우의 생활 연기와 자연스러운 부성애 표현, 이정은 배우의 해학 어린 실세 할머니 연기, 그리고 최유리 배우의 표정과 몸짓만으로 표현해 낸 수아의 감정선은 영화에 깊이를 더합니다.
특히 영화 속 고양이 ‘애용이’(실제 이름: 금동이)의 존재는 코믹함 못지않게 서사적 의미를 더합니다. CG 없이 실제 고양이가 표현한 자연스러움은, 영화가 추구하는 “일상 속 소소한 감정”을 완성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모든 감정들이 합쳐져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서 훌쩍이는 경험”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여름 오락 영화 이상의 감성적 공감 경험을 제공합니다.
'좀비딸'이 남기는 메시지
"좀비딸"은 코미디와 호러라는 겉모습 뒤에, ‘부성애’, ‘포용’, ‘공존’ 같은 보편적 가치를 감성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과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려는 윤리적 태도, 그리고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자에게 남겨진 열린 가능성이 이 영화가 남기는 핵심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관객은 “내가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영화 속 정환의 선택(달콤하면서도 무거운 딜레마)을 자신의 삶에도 투영하게 됩니다.
결국, "좀비딸"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영화입니다.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사랑이 가능하다는 믿음, 그러나 그것이 때론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냉철하게 보여줍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사랑의 한계 또한 놓치지 않는 이 영화는,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통찰을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