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크리에이터'는
2023년 개봉한 영화 "크리에이터(The Creator)"는 단순한 SF 액션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AI)과 인간 사이의 윤리적, 철학적 갈등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기술 발전의 방향성과 그 속에 숨겨진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폭력과 평화, 증오와 공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류의 모습을 묵직하게 그려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진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게 만듭니다.
지금부터 "크리에이터"의 줄거리와 주요 메시지를 관객의 시점에서 풀어보며, 이 영화가 던지는 중요한 물음들을 함께 되짚어 보겠습니다.
내용
미래 전쟁 속 인간과 AI의 대립, 그 중심에 선 한 남자의 여정
영화는 2065년을 배경으로,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전쟁이 격화된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AI는 미국의 대도시를 핵폭발로 초토화시킨 주범으로 지목되며, 이후 미국은 AI를 제거하는 전면전을 선언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공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는 CIA 요원으로서 ‘님타(Νirmata)’라는 전설적인 AI 창조자를 찾아 제거하라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조슈아는 과거 AI에 관대한 입장을 보였던 동남아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AI와 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존재인 ‘알피(Alphie)’를 만나게 됩니다. 알피는 놀랍게도 무고하고 순수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AI로, 그 존재 자체가 전쟁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열쇠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알피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조슈아는 과거 자신이 잃었던 사랑, 그리고 인간과 AI 사이에 존재하는 진정한 감정과 연결을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줄거리는 점점 단순한 미션 수행이 아닌, 조슈아의 인간성과 도덕적 선택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그 여정은 AI에 대한 공포와 혐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감정이 있는 존재는 인간인가, 인간처럼 느끼는 AI도 생명인가?
"크리에이터"는 ‘AI는 생명체인가’라는 오래된 철학적 질문을 새로운 방식으로 던집니다. 특히 알피라는 캐릭터는 전형적인 AI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순수한 감정과 호기심,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드러냅니다. 관객은 영화 내내 알피가 진짜 인간 아이보다도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목격하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생명으로서 존중해야 할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영화 속에서 미국 정부는 AI를 단지 '기계'로 간주하며 제거 대상으로 삼지만, 조슈아는 알피와의 교감을 통해 기존의 이분법적인 시각이 얼마나 위태롭고 편협한 지 깨닫게 됩니다. 이런 장면들은 단순한 SF적 상상력을 넘어, 인간 사회가 여전히 편견과 두려움 속에서 낯선 존재를 배척하는 방식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AI에 대한 공포가 아닌, 공존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미래를 제시하는 "크리에이터"의 서사는 기술적 상상력 너머로 윤리와 인간성의 의미를 새롭게 제기합니다. 감정을 느끼고 타인을 아끼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이 비록 ‘인공지능’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전쟁의 본질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영화는 전반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신’으로서의 AI와, 그에 대한 두려움이 가져온 전쟁이라는 비극을 동시에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술을 통제하지 못하고 파괴의 대상으로 돌리며, 이는 마치 인간이 신에게 도전했다가 파멸하는 고전 비극을 연상케 합니다. 특히 ‘님타’라는 AI 창조자를 마치 신격화하는 듯한 연출은, 기술이 종교적 권위로 전환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화는 단순히 인간 대 AI의 전쟁이 아닌, 인간 내부의 공포와 욕망, 그리고 자기모순의 드러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슈아는 CIA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지만, 점차 그가 따르던 신념이 허구였음을 깨닫게 되고, 이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커다란 반전을 이끌어냅니다.
결국 영화는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남깁니다. 이 전쟁은 AI를 위협적 존재로 규정한 인간의 편견에서 비롯되었으며, 인간 스스로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파괴의 고리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줍니다. 평화를 위한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 그리고 진정한 인간다움은 총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영화는 강하게 던집니다.
'크리에이터'가 남기는 메시지
"크리에이터"는 단순히 시각적 스펙터클에만 의존하는 SF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기술 발전의 정점에서 마주한 윤리적 갈등과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깊은 성찰의 드라마입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 알피의 존재는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 온 생명과 감정, 그리고 책임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또한 주인공 조슈아의 변화는 단지 한 개인의 성장 스토리를 넘어, 현대 사회가 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한 은유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파괴가 아닌, 이해와 공존의 가능성을 향한 전환이야말로 진정한 진보가 아닐까요?
결국 "크리에이터"는 묻습니다. “우리는 진정 인간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대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SF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제안이기도 합니다.